밤 산책하기 좋은 날씨라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본의 아니게 하루에 만 보 이상을 걸을 때도 있는데 가뜩이나 튼튼한 두 다리가 (쓸데없이) 더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서울의 밤은 화려할 것 같지만 그 속에서도 마냥 화려하지 않은 조용한 거리와 풍경이 있어요. 정신없던 낮의 풍경과 사뭇 다른 풍경을 보며 걷다 보면 서울이 다르게 보이곤 합니다. 

요새는 해가 질 무렵,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요. 형용할 수 없는 하늘의 색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오늘 하루 있었던 고민들이 모두 하찮게 느껴져요. 원래 산책할 때마다 음악을 듣곤 하는데 며칠 전에는 아예 음악 없이 가만히 서 있기도 했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들리는 우렁찬 개구리울음소리, 바람에 풀잎이 부대끼는 소리가 무척 정겹더라고요. 오히려 음악이 없어서 온전한 풍경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죠, 정적이 꼭 필요한 순간이었어요. 오늘 밤에도 산책을 나가면 좋겠습니다. 정처 없이 쏘다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말이에요.

밤바람과 풀 내음을 담아,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