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재킷, 앨범 설명, 버릴 것 하나 없는 트랙과 노랫말까지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는 앨범이었어요. 특히 발매와 동시에 16분짜리 단편영화를 함께 공개했는데 이게 또 예술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에게 '없던 미국 뉴저지의 열일곱 청춘'이 생겨버렸거든요 (근데 술과 마약을 곁들인).

단편영화와 앨범은 모두 조휴일(=검정치마. 검정치마는 조휴일의 1인 밴드입니다)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요. 미국에 있었을 때 당시 친구들을 한 명씩 떠올리며 곡을 쓰다가 아예 앨범을 만들게 되었다고 해요. 배우들 또한 실제 친구들과 비슷한 이미지로 캐스팅했고, 친구들의 이름을 직접 딴 노래들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죠(영화 속 'John Fry' 에피소드 포함). 저는 '선'영화 '후'앨범 감상을 추천하는데 확실히 노랫말과 영화 속 장면이 함께 뒤엉키면서 여운이 엄청 오래가더라구요. 며칠째 영화와 앨범을 차례로 반복 감상 중인데 볼 때마다 새롭고, 들을 때마다 경이롭습니다.

누구나 열일곱을 삽니다. 겉으론 아닌 척해도 열일곱 청춘 내면에는 각자 저마다의 미쳐 날뛰는 세계가 있죠. 뼈아픈 첫사랑, 영원할 것 같은 우정, 생길 듯 말 듯 한 자아,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과 욕망. 밝고 짧게 타오르는 불안한 청춘. 너무나 강렬한 그때의 기억은 누구도 쉽게 잊지 못하나 봐요. 그래서 한여름에 잠깐 우렁차게 울고 죽어가는 매미들이야말로 우리의 열일곱과 가장 비슷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앨범의 시작과 끝이 매미 울음소리인 것처럼요.

<TEEN TROUBLES>와 함께 그때의 완벽한 불완전함을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