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요일의 날짜를 적고보니 911의 23주년이더라구요. 아직도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장면을 TV 생중계로 보던 그 이질적인 순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911 테러 이후의 뉴욕은 가보질 않았어요. 다큐멘터리나 뉴스를 통해서 그 현장이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만 간간히 보곤 했었죠.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터의 존재만으로도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거나, 가슴을 먹먹하게 하겠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이 터로 연대할 수 있을 겁니다. 본질적인 게 남는거죠. 

저는 늘 본질적인 것을 놓치지 않으려 했어요.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변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요. 이민휘의 처연하고 아름다운 '미래의 고향'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고향을 노래합니다. 음반 추천 글귀 중 하나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분투는 오직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과 장소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노래한다'. 그녀는 미래에도 고향이라는 곳이 존재할 수 있다면 정확히 이런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대요. '오늘 부르는 노래는 내일 부를 노래'라는 노랫말이 이제야 와닿습니다. 아주 깊숙이. 

고향을 되찾아가는, 혹은 새로 만들어가는 여정. 이민휘가 그려낸 이 뜻밖의 여정은 비록 처연할지언정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마다 각자가 돌아갈 미래의 고향을 찾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똑같을 테니까요. 

모두는 노래할거에요.

'오늘 부르는 노래는 내일 부를 노래'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