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어디서 추석을 보내셨어요? 그 곳에도 보름달이 떴나요?

저도 모처럼 본가에서 배불리 먹고 늘어져 있다가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 중이에요. 정말이지 아무런 음악도, 책도, 영화도 없는 연휴였어요. 조금은 단절되고 싶었던지도 몰라요. 그리고 다시 음악을 찾아야 할 때에 - 어떤 노래를 듣고 싶은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음악을 듣고 싶은데 뭘 들어야 할지 모를때. 그럴 때는 베이직으로 돌아갑니다. 

거의 20여 년 동안 가만히 저의 플레이리스트에 잠들어 있는 노래들을 쭉 듣다가, 어떤 멜로디가 귀에 익으면 그 멜로디와 비슷한 다른 곡들을 일부러 디깅해서 들어요.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아 맞아. 나 이런 거 듣고 싶었어. 이거잖아.'라고 느낌이 오는 노래가 마음속에 들어 올겁니다.  

잔뜩 낀 구름들 사이에서 그 보름달 하나 보겠다고 이 하늘, 저 하늘을 뒤지다가 겨우 찾아낸 얼굴. 빠르게 속으로만 주문처럼 외우던 소원들. 그때 저는 이런 노래를 듣고 싶었던 거예요. 파티가 끝난 어느 지저분한 밤. 지저분함과 청춘의 불안함이 오히려 묘하게 편안함을 주는 세련된 노래를요. 기분 좋은 습도가 은은히 남아 있는 어느 밤에, 낮에 흘린 땀을 밤바람에 날리며 듣기 환상적일겁니다. 

그리고 저는 보름달에 대고 빌었어요. 꽤 오랜 시간동안.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