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이고 보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예요. 

이 영화의 원 제목은 <Lost In Translation>인데 한국어로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고 번역이 되었어요. 이게 바로 '소통의 오류'가 아닐지. 흑. 

주인공인 밥과 샬롯은 미국인에요. 모두 각자 사정으로 도쿄 호텔에 머물고 있는데, 도쿄에서는 아예 언어 소통이 불가능해서 밖에 나가도 재미가 없고, 무료한 호텔 생활을 반복해요. 그러다 호텔 바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이 우연을 기점으로 서로에게 점점 더 빠져듭니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지게 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워요. 무료함과 낯섦에서의 위안이라기 보다는, '대화'가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영어와 일본어는 다르죠. 그렇지만 언어가 다르다고 교감을 할 수 없는 건 아닐거예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들도 소통의 오류와 부재는 느끼기 마련이잖아요. 특히 주인공들이 각자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오히려 말이 전혀 안 통하는 도쿄 친구들과의 밤이 훨씬 재밌어 보여요. 이 영화가 2003년작임에도 불구하고 올드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건 아닐지.

우리는 늘 상대방의 마음을 사려고, 누군가에게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그리고 혼자 남지 않기 위해, 무언가의 말을 지껄입니다. 이 말이 온전히 상대방에 닿기까지는 어쩌면 영겁의 세월이 걸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끊임없이 말을 걸고, 말을 겁니다. 공감과 이해는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에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로 시덥잖은 수다나 떨고 싶은 날이네요.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