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찌뿌둥한 수요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컨디션 난조로 앓고 있거든요. 부디 오늘의 편지가 다소 짧더라도 양해 부탁 드려요. 

서울 사람들에게 한강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인 것 같아요. 지난 주말에도 한강 산책로를 거닐며 또 생각했습니다. 저 거대한 물은 얼마나 많은 속삭임과 울분과 연서를 떠안고 있을지. 우리가 토한 감정들은 어디로 떠나보냈을지. 모두의 감정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흘러가야만 하는 물을 생각하다가, Ravel의 연주곡을 떠올렸습니다. 아마 최근에 본 영화 때문일거에요. 

출장길에 비행기에서 <볼레로>라는 프랑스 영화를 봤거든요. 영화는 Ravel이 러시아 무용수의 의뢰를 받아 희대의 명작 <볼레로>를 완성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아직도 '볼레로'는 전세계에서 5초마다 한 번씩 누군가에 의해 연주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무튼 최근 훔쳐본 Ravel을 떠올리다가 자연스럽게 '바다 위의 작은 배'까지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스코어로 삽입된 곡이기도 해서 익숙하실겁니다. 아름다운 물의 노래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눈부신. 

오늘은 온갖 아름다운 것과 추악한 것을 가만히 떠안고 묵묵히 있는 물처럼 얌전히 보내야겠습니다.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또 만나요!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