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수요일이 꼭 4번 남았습니다. 

오늘은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수요일들 중 첫 번째 수요일이에요. 

지난주에 엄청난 폭설이 왔잖아요.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얀 게 정말 겨울인 걸 실감했습니다. 새하얀 눈 밭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고 뿌듯해하기도, 난생 처음 눈오리도 잔뜩 만들어봤어요.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함박눈이 내리던 오후, 창가가 보이는 의자에서의 '눈멍'이었습니다.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구요. 

가만히 눈멍을 때리다가... 문득 아주 어렸을 때 봤던 프랑스 영화가 생각났는데요. 영화 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청각장애인 부모와 음악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딸 사이의 갈등과 이해를 다룬 영화였어요. 영화에서 눈 오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함박눈이 쏟아지는 겨울날 어머니가 딸에게 묻습니다 '눈은 어떤 소리가 나니?'. 그때 주인공 소녀가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난다고 대답했던 것 같아요. 사실 눈은 소리가 나지 않잖아요. 그래도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난다고 답을 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뽀드득,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 설렘이 가득한 소리였던 것 같아요. 

추운 겨울입니다. 그래도 눈은 포근하니까요.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