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를 좋아해요. 

요새는 세상이 좋아진 덕분에 나의 진심을 어떤 형태로든 쉽게 전할 수 있잖아요. 그 가운데 꾹꾹 눌러담아낸 손글씨가 더 귀여워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달까. 그래서 그런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손편지는. 

또 빛과 소금의 손편지 같은 노랫말을 좋아해요. 몇 번이고 고쳐썼을테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툴고 담백한 맛이 있거든요. 1991년 발표한 2집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앨범에는 음반과 동명의 곡인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샴푸의 요정', '비오는 날' 등 주옥같은 곡들이 많은데요. 1집에 비해 조금 더 재즈스러운 팝이 더 가미된 앨범이라 발매 당시에 호불호가 갈렸다고 해요. 그래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이들의 발라드는 바로 이 명반에 숨어있습니다. 

'이제 우린'도 그런 곡 중 하나예요. 꾹꾹 눌러담은 진심이 혹여나 닳으면 어쩌나, 조심스럽게 불러보는. '이제 우리 다시 만날 날이 또 있을까'란 매우 간단한 글귀가 사무쳐요. 지금 들어도 세련된 밴드만의 스타일이 더해지니 이보다 더 멋스러운 손편지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편지나 써봐야겠네요.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