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다룰 줄 아는 악기 있나요? 

저는 어릴 때 일렉트로닉 기타를 배웠어요. 원래 그 때 베이스를 배우고 싶었는데, 당시 선생님이 기타를 강추(?)하셔서 낙원상가 가서 열심히 기타를 고르던 것도 생각나요.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배워서 지금은 기억나는 코드도 몇 개 없네요, 부끄럽습니다. 

그 때 저의 학교에서는 일년에 한 번, 학생들의 밴드 콘서트가 있었는데요. 당시 기타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는 나갈 생각도 안 하고 있었죠. '아무도 너가 잘 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게 용기를 복돋아주는 건지 뭔지). 우선 부딪혀 보는거야. 그냥 해보는거지, 넌 그래야만 해'. 그치만 선생님이 어찌나 부추기던지.

결과요? 소심했던 전 나가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공연을 보면서 '역시 안 나가길 잘했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냥 한 번 될대로 되라지' 하고 못 이기는 척 나갔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뭐가 크게 달라졌을까요? 

용기는 숨어 있습니다. 마음 한 구석 숨어있는 그 녀석의 멱살을 잡아다 끌어놓는 건 철저히 나의 의지에 달려있어요. 겨울잠을 자고 있는 그 녀석을 언젠가는 꺼낼 수 있겠죠?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