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상영관을 제외하고 내렸다고 하더라고요. 2022년 칸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영화 <헤어질 결심>이요.   

저는 매우 좋았습니다. 제가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보통 영화가 끝난 후 그 영화의 잔영이나 여운이 얼마나 오래가느냐인데요. 이 영화의 잔영과 여운은 매우 길었으므로 저에게 좋은 영화로 기억될 겁니다. 예컨대 여자 주인공 손끝에 걸린 남자 주인공의 옷깃, 사랑을 말한 적 없지만 사랑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불가능한 몸짓, 서로의 목소리에 잠식되는 호흡 같은 것들이요. 전문가가 아닌지라 어떻게 더 멋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매우 좋았다'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 

영화에서 여주인공 서래가 즐겨 듣는 노래 정훈희의 '안개'는 박찬욱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가요래요. 송창식이 함께 부른 버전은 박 감독이 직접 두 가수를 녹음실에 초대해서 재녹음한 버전이라고 합니다. 보일 듯 말 듯, 순식간에 날 잠식시키는 안개야말로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자는 안갯속에 파묻혀 마침내 붕괴되는 걸 선택했습니다. 어쨌든 금지된 사랑이니까요. 이 여자... 정말 나쁜 사람일까요?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