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에리히 M. 레마르크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꽤 되었는데 이제서야 각을 잡고 보게 되었네요. 제 1차 세계 대전의 무의미하고, 무차별한 전쟁을 비난하는 이야기인만큼 소설도, 영화도, 어딘가 허무한 느낌이 듭니다. 

작가 레마르크는 실제 본인이 전쟁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썼는데요. 어렸을 때 처음 소설을 읽은 뒤의 여운이 무척 오래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에겐 생지옥의 참옥한 현장이 또 누군가에게는 '여느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건 비단 전쟁뿐만이 아니겠죠. 

영화에서는 전쟁이 끝나지 않고 지속됨에 따라 달라지는 주인공의 눈빛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목적이 있는 채로 싸우는 것과, 목적이 없는 채로 싸우는 것. 사는 것이 더이상 고마운 일이 아닌 것이 될 때의 그 허무한 눈빛은 소설 속 묘사와 거의 흡사했던 것 같습니다. 

며칠 뒤 우연히 플레이리스트에서 나온 이 노래의 노랫말을 들으면서 다시금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치유할 수 없는 고통에 점점 무뎌져가는 우리들이란... 예쁜 노래에 그렇지 못한 노랫말의 조화가 독특한 오늘의 노래를 보내며, 세계 평화를 기원해봅니다. 

피쓰,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