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의 풍경이 퍽 예뻐요. 파랗고 빨갛고 노랗고. 님의 창 밖은 어때요? 

누가 그랬어요. 저는 책임감이 강하고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그래서 나의 마음이 동하지 않은 일을 하거나, 말을 전할 때 무거운 죄책감 때문에 특히 더 괴로워할 수 있대요. 이 불편한 마음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이러지' 하고 숨겨두는 타입이라나. 그래서 마음이 아픈거라고. '선생님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됩니다.'

다소 불균형한 마음을 잘 달래서 똑바로 일으켜 세우고 뚱뚱하게 살 찌우려면 가끔은 뻔뻔해지거나 사치가 도움이 된대요. 저는 쫄보라서 아직까지 사치보다는 작고 소중한 것들이 더 좋은 데 말예요. 아침에 일어나 처음 본 풍경이 예쁘면 기분이 좋고, 뭐 그런 거요. 

어느새 10월도 마지막이에요. 멋진 계절에 사랑에 빠지고야 만 소녀들을 담은 노래를 띄웁니다. 이 노래는 성소수자들을 위해 씌였다고 해요. 꼭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사랑에 빠지기 너무 좋은 계절이잖아요. 마침 지난 주말 시청에 나갔다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대규모 연합예배를 마주쳤는데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14만명이 운집했다고 하던데 이들이 믿는 사랑도 어쨌든 사랑일테죠.  

요새 창 밖은 이제 막 시작한 단풍 덕분에 너무 예뻐요.

내일은 날이 살짝 흐려도 괜찮을거예요. 

G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