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우연히 EBS 스페이스 공감 '명반100' 시리즈를 봤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가장 역동적이었던 2000년대 한국 음악사를 조명하기 위해 스페이스 공감의 선정위원 11명이 심사숙고하여 선정한 100대 명반을 소개하고, 해당 뮤지션의 무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특히 한국의 대중가요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너무 재밌는 프로그램이었어요. 

2000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 이내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선정했고 그 기준은 '오직, 음악성'. 전자음악, 힙합, 락, K-Pop, 포크, 재즈, R&B, 발라드 등 너무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앨범들이 선정되었더라구요. 

실제 방송은 김오키 편이 재미나서 김오키의 곡을 골라봤습니다. 재즈계의 이단아로 자주 소개되는 그는 색소포니스트이자, 스코어 작곡자이자, 2020년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이자, 다작으로 유명한 뮤지션이자, 리코더를 사랑하는 사람이자, 걸그룹 르세라핌의 팬입니다. 

100대 명반에 이름을 올린 <스피릿선발대>는 2019년에 발표한 9번째 정규 앨범인데요. 그야말로 '놀면서' 만들었다고 하죠. 그런 앨범이 '오직, 음악성' 하나만으로 심사했다던 명반에 오르다니. 어쩜 세상이 이리 불공평한건지. 괴짜 백현진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실직페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외노자의 현실을 적나라에게 고발한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 퇴근 시간 횡단보도에서 마주친 무기력한 직장인들을 보고 만들었다던 '코타르 증후군'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희귀한 정신 질환). 개성있는 테마로 꽉 찬 명반입니다. 그런데 이 앨범의 스토리텔링 수단이 감미로운 색소폰이라뇨. 단순히 이 작품을 '재즈음반'으로 분류하는 게 어색한 이유입니다. 장르는 거추장스러운 수식어 같아요. 

선정위원 박준우님의 글로 편지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G로부터